법무법인 해율

HAEYUL LAW FIRM LAWYER

해율소식

해율소식

[언론보도] 디지털타임스 _ [포럼]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폐지해야 할 이유

페이지 정보

최고관리자 작성일22-04-07

본문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한국형사소송법학회 홍보이사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공약 중 화두는 단연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다. 구체적 수사지휘권이란 무엇이고, 그 존부가 왜 문제 되는 것일까. 폐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6년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02년에는 참여연대가 검찰개혁 7대 과제로 천명했다. 사법개혁의 '단골손님'인 것이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법이 제정되던 1949년부터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권력이 국민의 의사에 따라 행사되어야 하는데, 이를 민주적 정당성이라 한다. 국민이 직접 선출·임명하는 경우 인적 민주적 정당성, 권력 행사가 상시로 국민의 의사에 맞게 행해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경우 실질적 민주적 정당성이다.

실질적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 앞에서 행정부의 각 장관이 책임을 지고, 장관이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통제 권한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예외를 두려면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사법부인 법원의 독립성이다.

검사도 법무부 소속이므로 검찰권 행사에 대하여 궁극적으로 행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입법 당시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 권한을 어떠한 형태로든 법무부장관에게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장관이 총장을 수사지휘하고 총장을 매개로 개별검사를 지휘·감독한다. 그러면 모든 검사의 권한 행사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 앞에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된다. 법 제8조는 검찰의 실질적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수사지휘권 폐지가 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인가. 바로 준사법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법 제4조 제2항은 검사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인권을 보호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정한다. 검찰권은 객관화된 정의를 구현하고자 공정하게 행하여져야 하고, 특히 행정부나 정치적 세력, 특정인의 이해 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따라서 법 제8조에는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방패 삼아 행정부 또는 법무부장관으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을 저지해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취지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할 수 있다는 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음미할 필요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제8조를 별도로 규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법률·수사 전문가인 검찰총장에게 지휘의 적법성 및 타당성에 대해 스스로 검토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위법한 지휘를 따르면 최종적 책임은 검찰총장이 지는 것이다.

즉 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를 다른 행정기관과 달리 규정하고 있는 특별규정이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권의 행사가 위법한 경우 검찰 내부적 지휘체계로 해결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에 적법성 통제를 위해서만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수사지휘권 허용 여부는 장단점이 있다. 필자는 폐지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법무부장관은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법률 참모다. 주로 집권 여권의 핵심 정치인이자 브레인인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으로 인해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박탈된다면, 대통령의 영향력이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통령이 검찰의 전반적 인사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악용 가능성이 더욱 심각해진다.

역대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사례는 네 차례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 차례, 현 문재인 정부에서 세 차례였다. 법 제정 이래 민주당 정부에서만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다. 야당일 때는 수사지휘권 폐지를 주장하다 정권을 잡으니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옹호하는 양상이다.

유럽평의회도 행정부가 특정 사건을 지휘할 경우, 사전 서면의견을 받고 지휘계통을 따르는 등 적법하고 투명·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수사지휘권을 훈령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도 논의된다. 법에서 구체적 사건이라고만 정했으므로 주무부서인 법무부가 적법·타당한 상세 내용을 충분히 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으면 그 역시 수사로 해결하면 된다. 그러라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립한 것 아닌가. 검찰과 경찰도 함께 수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사법 공약이다. 민주당의 선례처럼 검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사지휘권은 집권 정부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카드다. 그 카드를 스스로 포기할 만큼 검찰의 독립성 확보란 사법 신뢰 회복의 핵심인 것이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