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미숙으로 수출신고 누락, 직원에게 물품가액 추징 타당할까

변호인 “미신고 개인에 추징, 직업수행 자유・재산권 침해”법원 “법 몰랐어도 죄책 있어…수출도 국내 수요 확인 필요”

서울 법원종합청사. [사진=이범종 기자][데일리동방] 

기업도 재판을 피할 수 없다. 사건은 재벌 후계자의 한순간 호기심에서 중소기업 말단 직원 실수까지 다양한 이유로 시작된다. 의뢰인 형량을 줄이려는 변호인들은 다양한 법 해석으로 쟁점을 만든다. 변호사와 검찰, 법원의 줄다리기가 끝나면 복기가 시작된다. 어느 줄이 길고 짧았나. 모래판에 오른 변호인은 오늘도 기합을 넣는다. “이의 있습니다!”<편집자주>

기업이 수입은 물론 수출을 할 때도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귀해진 마스크처럼 수출품도 국내 수급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관세법은 세관에 수출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물품 원가를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업무 미숙으로 수출 신고 하지 않은 담당자에 대한 추징금 부과도 타당할까. 변호인이 위헌 여부를 다투자고 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부장판사는 6일 관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모 제약회사 과장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에 추징금 2억551만6850원 선고를 2년간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재범을 저지르지 않으면 선고하지 않는 제도다. 사실상 피고인 승소다.

의약품 수출 업무 담당자인 A씨는 관할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2018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24차례에 걸쳐 21만872달러(2억3388만8539원)에달하는 의약품 2759개를 수출했다.

관세법 269조 3항에 따르면 물품을 해외로 수출하려는 자가 관련 내용을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을 경우 미신고수출죄로 처벌받는다. 미신고 수출 물품은 282조 2항에 따라 몰수된다. 그렇지 못할 경우 282조 3항에 따라 해당 물품의 국내도매가격 상당의 금액을 추징한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고의가 아닌 업무상 미숙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해당 수출이 미신고 수입보다는 국민경제에 미칠 해악이 가볍다고 판단했다. 그가 기소유예 처분 외에 범죄 전력이 없는데다 미신고 수출로 인한 수익은 회사가 얻은 점, 실제 추징금 부과는 가혹하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

쟁점은 담당자 개인에 대한 물품가액 추징은 옳은지, 수출과 수입이 국민 건강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같은지 등이었다.

사건을 맡은 법무법인 해율의 이충윤·김나현 변호사는 관세법상 미신고 수출자에 대한 추징 조항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판사가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가 문제된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당 재판은 멈추게 된다.

변호인은 수출 업무 담당자가 고의가 아닌 업무 미숙으로 수출을 신고하지 않았음에도 도매가를 추징하면 법익의 균형성은 물론 직업수행 자유와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미신고 수입과 수출은 목적이 다른 데도 같은 관세법 282조 3항을 적용해 추징한다면 서로 다른 것을 합리적 이유 없이 같게 취급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논리다.

A씨 변호인은 “수입은 국내로 반입되는 물품이 국내 경제나 생태계, 국민의 건강, 안전과 바로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데 반해 수출은 물품이 국내에서 국외로 반출되므로 국내 경제나 국민 건강,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며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신고 없는 물품의 수출행위에도 가액 상당추징을 규정한 관세법 조항은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취급해 실질적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위헌을 다툴 일이 아니라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우선 A씨가 법을 몰랐다 해도 실무자로서 죄책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신고수출액 추징 부과는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변호인이 문제 삼은 관세법 조항 역시 수입과 수출에 차이가 있다며 위헌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관세법 269조 2항은 미신고 수입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관세액의 10배,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규정한다. 반면 A씨 측이 위헌으로 주장한 269조 3항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으로 차등을 둔다.

수출 역시 국내 경제와 국민 건강,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기에 따라 국내에서 특정 물품수량 확보가 중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판사는 선고 당시 최근 품귀 현상을 보인 마스크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충윤 변호사는 “수출신고는 포탈하는 관세가 없음에도 수입신고와 동일하게 전액을 필요적으로 추징하도록 정하고 있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생각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기각됐지만 수입 신고와 행정목적상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판결문에 인용된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승소 소감을 밝혔다.

이번 선고유예는 검찰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다. 이 변호사는 “검찰이 항소했다면 어렵더라도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시 다퉜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laughi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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