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로 인한 영업손실과 ‘임대료 감액’

김범기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활성화되면서 사람이 모이지 않게 된 길거리 상가의 임차인들은 임대료도 내지 못할 처지다. 이에 서울시는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 캠페인을 시행했다. 하지만 임대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저조하자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임대인이 임대료 인하를 거부하더라도 감액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서울형 공정임대료’ 기준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실제로 임대료를 줄일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형 공정임대료란 임대인이 거부해서 임대료 감액신청이 소용없었던 임차인에게, 전문가들이 주변상가 시세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정한 적정임대료 기준을 제시한 제도다. 산정된 공정임대료는 향후 임대료 감액 소송에서 유리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임대료 감액 소송을 하려면 경제상황이 심각한 위기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폭락한 경제지표나 향후 추이를 볼 때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는 과거 IMF 외환위기 상황과 비교해도 훨씬 심각하다.

특히 대면산업의 경우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더 얼어붙었다. 영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발동되고 길거리 상권을 방문하는 소비자도 급감했다. 이런 경우는 사업자들의 경영역량과 무관하게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경영능력과 무관한 자연재해 수준의 상황

한편 코로나19를 이유로 임대료 감액을 법적으로 주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사정의 변동 등을 고려해 차임과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주장해야 한다. 그런데 IMF 외환위기 당시 임대료 감액 소송에서 오로지 경제위기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임차인의 경영예측 실패도 개입되었다는 이유로 임대료 감액청구가 부정된 판례가 있다.

그러나 유례없는 전파력을 가진 전염병 바이러스로 인해 자연재난에 준하는 경제위기가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IMF 외환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코로나19 경제상황은 금리 유가 실업률 등에서 역대 최악의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 만큼 피해가 막대한 임차인의 경우 기본 임대료 약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 하겠다.

물론 사적자치의 원칙에 의해, 개인들의 자유의사에 따른 임대차계약에 국가가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 하지만 헌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고 공공복리와 질서유지를 위해 일정한 제약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IMF 외환위기 당시 판례에 의하더라도 일시적 경제불황이 아닌 초유의 자연재난적인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임차인은 공정임대료 산정을 통해 적극적인 임대료 인하 요구권 발동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일부 피해가 막대한 임차인은 임대료 감액청구 소송까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임차인 인간답게 살 권리 국가가 보장해야

원칙적으로 국가는 국민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하므로,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으로 고통받는 대다수 임차인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착한임대인 운동 또는 공정임대료 산정과 같은 제도는 국민의 한사람인 임차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므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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