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정수기 기사들 법정수당 찾아준 이충윤 변호사

“근로자에게 불리하면 포괄임금제 인정 곤란하죠”


“이판결은 정수기 기사들처럼 비록 근로계약 대신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사용자의 지휘 · 감독 아래 근무했으면 근로자이고, 더구나 휴일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충윤 변호사
◇이충윤 변호사

법무법인 해율의 이충윤 변호사가 최근 정수기 회사와 용역위탁계약을 맺고 정수기 설치, 수리, 필터교체, 점검 등의 업무를 수행한 정수기 기사들을 대리해 회사를 상대로 매우 중요한 승소판결(울산지법 2018가합24567 판결)을 받아냈다.

정수기 기사들은 각자 개인사업자등록을 내고 업무를 수행했다. 근로자성과 퇴직금 청구는 이 변호사가 대리하기에 앞서 마무리 된 선행판결에서 확인을 받아 이미 승소판결이 내려진 상황. 그러나 퇴직한 정수기 기사 8명을 대리해 휴일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의 법정수당 합계 약 2억원을 받아내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2억원 승소판결 받아

이 변호사는 먼저 회사 측의 포괄임금제 항변을 무산시켰다. 포괄임금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내용을 분석해 정수기 기사들에게 불리한 포괄임금제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주장해 가장 커다란 장애물을 돌파했다.

이 변호사는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가 유효하지만, 이 사안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고, 포괄임금제를 받아들여 근로자들이 법정수당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재판부 설득에 나섰다”고 역설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포괄임금계약은 그것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 유효하다.

그러나 포괄임금제 항변을 돌파했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회사 측에선 원고들이 지급받은 용역비는 월급제에 따른 것으로 그러한 월급에는 이미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어 추가로 지급할 주휴수당이 없다고 반박했으며,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총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것도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다.

울산지법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이 받은 월급은 원고들의 근로의 제공 정도와 성과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책정한 용역비를 단지 월 단위의 주기로 지급한 것에 불과하고,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용역비에 유급휴일에 대한 임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지급한 수당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주휴수당 등 산정의 기초가 되는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총 근로시간 산정에 있어선, 비록 재판부가 이것만을 기준으로 채택한 것은 아니지만 이 변호사가 분석해 제시한, 정수기 기사들이 회사에 출퇴근할 때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시간을 알 수 있는 서명로그데이터 기록이 유력한 자료가 되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은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접속한 그 시간뿐만 아니라 그 전후로도 고객 방문준비, 이동, 고객요청에 의한 대기 등의 부수적 행위를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는 그러한 부수적 행위가 방문기사라는 원고들 업무 특성상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였을 것이므로, 로그 기록만을 기준으로 총 근로시간을 책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취업규칙 등 제반 사정을 바탕으로 원고들이 실제로 통상 근무한 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인정했다.

프로그램 코딩해 로그데이터 추출

이 변호사는 “솔직히 포괄임금제를 깨는 건 법리다툼이기 때문에 오히려 쉬웠다”며 “법정수당을 받아내려면 원고 측에서 근로자 개개인의 구체적인 근로시간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 근로시간 산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약 1년 반이 걸린 소송과정을 회고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회사 측에선 원고 측의 로그데이터 요청에 파일이 아니라 해당 기록을 인쇄한 종이로 제공했다. 이에 이 변호사팀에서 프로그램을 코딩해 일일이 수치를 입력해 근로자 개인별 로그데이터를 추출해 제출했다고 한다.

“이 판결은 정수기 기사뿐만 아니라 계약 내용에 따라서는 에어컨 기사나 제약회사의 CSO업체, 회사택시 기사 등 비정형적인 형태로 근무하는 많은 근로자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해요.”

이 변호사에 따르면, 소송 도중 회사 측에서 합의하자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으나, 원고들이 판결을 받기를 원해 궁극적으로 승소판결을 받아 냈다. 판결은 원, 피고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 변호사는 나아가 “포괄임금제가 무조건 무효가 아니라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예외적으로 인정이 되니까, 사용자 입장에서 포괄임금제를 관철하려면 주휴수당, 연차수당, 휴일근무수당 등 법정 가산수당을 근로자가 포기해도 감내할만한 이익을 부여하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정당하다고 판단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대 물리학과-서울대 로스쿨 졸업

이충윤 변호사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되었다. 로스쿨 입학 전 사법시험 공부 등을 해보지 않은 ‘생비법’ 즉, 완전한 법학 비전공자 출신으로 해율로 독립하기 전에 SK(주), NH투자증권 등의 사내변호사로도 활동해 기업에 대해서도 잘 안다. 학부시절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수학경시대회에서 여러 차례 입상할 정도로 수학에 남다른 조예가 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협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변호사단체 회무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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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리걸타임즈(http://www.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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